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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재개발 조합의 이주 대책 수립 실패 시 법적 분쟁 사례 분석

‘이주대책’ 실패는 재개발 사업의 시간 폭탄

재개발 사업은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다. 사람의 삶, 주거, 권리가 얽혀 있는 복합 행정 사업이다. 그 중심에는 ‘이주’라는 중요한 과정이 있다. 특히 이주대책 수립은 조합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의무 중 하나로, 무리한 강제 이주나 세입자 방치 등은 결국 법적 분쟁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주대책은 단순히 거주민에게 이주비를 지급하는 문제를 넘어서, 이전 시점, 대체주거지 마련, 임대주택 여부, 임차인 보상 방식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조합이 이를 형식적으로만 다루거나,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조합이 소송에 휘말리고, 사업이 수년간 정지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본 글에서는 재개발 조합이 이주대책 수립을 소홀히 했을 때 어떤 법적 분쟁이 발생했는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재개발 이주 대책 실패로 인한 법적 분쟁들

이주계획 부실로 인한 소송 사례 – 세입자와의 충돌이 촉발한 법적 책임

가장 대표적인 분쟁은 세입자와의 이주 보상 갈등이다. 예를 들어 서울 D구의 한 재개발 조합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곧바로 철거를 추진했지만, 이주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았고, 대체 주거지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세입자 수십 명이 조합을 상대로 불법강제퇴거금지 가처분이주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었고, 조합은 철거 중단과 손해배상을 명령받았다. 이처럼 이주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를 강행하면, 조합이 불법행위 주체로 간주될 수 있다. 또, B구역에서는 조합이 임대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분양신청을 유도했으나, 실제로는 관련 절차 없이 분양을 진행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기관 감사를 통해 조합 임원이 해임되는 일도 발생했다. 핵심은, 조합이 ‘이주 대책 수립’을 단순한 행정 절차로 보고 생략하거나 축소할 경우, 법적 책임과 사회적 반발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주대상자 범위 논란 – 임차인 권리 무시로 인한 집단 소송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조합은 흔히 ‘소유자’를 중심으로 권리관계를 정리하고 이주 일정을 짜지만, 장기 세입자, 무허가 건물 사용자, 전입신고 누락 세대 등을 배제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실제로 경기도 A시의 한 재개발 조합은 5년 이상 거주한 장기 세입자들에게 이주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이 중단되었다. 법원은 "세입자라 하더라도 장기 거주 및 사업 계획 당시 주거 이용을 증명할 수 있다면 이주대책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2022년 이후에는 장기 거주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령이 강화되면서, 조합의 책임 범위도 넓어졌다. 그러나 일부 조합은 여전히 “세입자는 조합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이주대상자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사업 전체가 정체되거나 조합에 추가적인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예방과 대응 – 조합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이주 관리 전략

이러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이주대책을 법적으로 빈틈없이 수립하고, 모든 관계인에게 투명하게 고지하는 것이 필수다. 첫째, 이주대상자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장기 세입자와 취약계층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이주비 산정 방식과 지급 일정, 대체 주거지 제공 방안을 문서화하고, 총회 의결을 거쳐 공표해야 한다. 셋째, 이주 대상자와의 협의체 구성 또는 중립기구의 중재를 통해 갈등 발생 전 선제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만약 갈등이 발생했다면, 조합은 소송이 아닌 조정·중재 절차를 우선 활용하여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행정기관과 협업하여 공공임대 연계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주대책은 단순한 관리 항목이 아니라, 재개발 성공의 필수 인프라다. 이를 간과하면, 착공도 분양도 모두 멈춰버리는 사태를 맞게 된다.